Doctor's Column
운동하시는 분들의 피부 고민,
두 갈래로 나뉩니다

안녕하세요, 수원 광교에서 피부 고민을 함께 나누고 있는 피부과 전문의 정유진 원장입니다.
운동을 오래 하신 분들이 피부 때문에 저를 찾아오시면, 하시는 말씀이 신기할 만큼 둘로 갈립니다. 한쪽은 얼굴에 자꾸 뭐가 올라온다고 하시고, 다른 한쪽은 얼굴이 도무지 가라앉지 않는다고 하세요.
앞쪽은 대개 밖에서 뛰시는 분들이고, 뒤쪽은 실내에서 훈련하시는 분들입니다. 같은 운동인데 남는 흔적이 다른 데는 이유가 있어요. 오늘은 이 두 갈래를 나눠서, 각각 무엇 때문에 생기고 어디부터 손대면 되는지 말씀드려 보려고 합니다.
밖에서 뛰시는 분들, 색이 남습니다
"운동 시작하고 몇 년 사이에 얼굴이 확 달라졌어요."
"여름 한 번 지나면 톤이 안 돌아와요."
축구, 러닝, 골프, 테니스, 사이클. 훈련장이 하늘 아래에 있는 분들께 자주 듣는 말입니다. 이분들은 붉은기보다 색과 결을 고민하며 오세요.
- 잡티와 검버섯이 해마다 늘어요광대와 콧등에서 시작해 관자놀이, 손등까지 번집니다.
- 여름을 보내면 톤이 한 단계 내려앉아요가을이 되어도 원래 색으로 안 돌아오고 그대로 굳습니다.
- 이마와 목덜미가 두꺼워졌어요주름의 골이 깊어지고 피부가 뻣뻣하게 만져집니다.
- 만지면 까끌한 게 잡혀요광대뼈 위나 이마에 각질처럼 도톰한 병변이 생기기도 합니다.
받는 양이 애초에 다릅니다
야외 종목의 자외선 노출을 실제로 재 본 연구들이 있어요. 철인3종 대회 참가자가 경기 하루에 받은 양이 약 20 SED였습니다. SED는 피부가 붉어지는 데 필요한 자외선량의 표준 단위예요. 장거리 사이클 대회 참가자는 붉어지기 시작하는 최소량의 여덟 배 정도를 하루에 받았고요.
골퍼 195명을 검진한 연구에서는 40%에서 광선각화증이 확인됐습니다. 자외선이 오래 쌓인 자리에 생기는 병변인데, 위에서 말씀드린 "까끌한 게 잡힌다"는 감각이 여기 해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특히 광선각화증이나 피부암을 잘 모르고 레이져를 하고 오시는 분들도 계셔서 꼭! 진료가 필요합니다.
골퍼 195명을 검진한 연구에서는 40%에서 광선각화증이 확인됐습니다. 자외선이 오래 쌓인 자리에 생기는 병변인데, 위에서 말씀드린 "까끌한 게 잡힌다"는 감각이 여기 해당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백인 여성의 얼굴 노화 징후를 분석한 연구에서는 눈에 보이는 노화의 약 80%를 자외선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피부색에 따라 정도는 달라지지만 방향은 같아요. 나이보다 그동안 받은 햇빛이 더 큰 몫을 차지합니다.

잡티와 검버섯은 표피에서 색소 세포가 자극을 받아 생깁니다. 굵은 주름과 두꺼워진 피부는 그보다 아래, 진피에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긴 파장의 자외선이 진피까지 내려가 콜라겐을 끊는 효소를 켜고, 끊어진 자리에 제대로 된 섬유 대신 뭉치고 엉킨 탄력섬유가 들어앉습니다. 야외 운동을 오래 하신 분들의 이마와 목덜미가 유독 두툼하고 골이 깊어 보이는 게 이 변화입니다.
바르시긴 하는데 남아 있질 않아요
대학 운동선수를 조사한 연구에서 85%가 지난 한 주 동안 차단제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러너 2,445명 중에 충분히 차단하고 있던 분은 23.5%였고요. 처음에 바르셨더라도 다시 바르는 비율은 훨씬 낮습니다.
사실 당연합니다. 땀이 흐르고, 수건으로 닦고, 바람과 마찰이 계속되니까요. 훈련 중에는 두세 시간이면 차단제가 상당 부분 사라집니다. 아침에 한 번 바른 걸로 오후 훈련까지 버틴다고 생각하시면 실제 노출량과 어긋나요.
치료는 색소부터, 결은 그다음입니다
야외 훈련이 쌓인 얼굴에는 성격이 다른 색소가 섞여 있습니다. 경계가 뚜렷하고 도톰한 흑자와 검버섯, 넓게 퍼진 잡티, 그 위에 얹힌 칙칙함이 한 얼굴에 같이 있는 경우가 흔해요. 이걸 같은 강도로 다루면 한쪽은 잘 빠지고 다른 한쪽은 오히려 짙어집니다. 그래서 병변별로 파장과 출력을 나눠서 봅니다.
- 경계가 분명한 병변은 세어서 한 번에흑자, 검버섯, 주근깨처럼 표피 안에 자리 잡은 병변은 개수를 세어 정리하는 편이 빠릅니다.
- 넓게 퍼진 색소는 나눠서 여러 번저출력 레이저 토닝으로 간격을 두고 반복합니다. 한 번에 세게 치면 그때는 빠져 보여도 몇 주 뒤에 다시 올라와요.
- 굵은 주름과 처짐은 진피에서피부 두께와 처짐 정도, 피하지방 양을 보고 고주파와 초음파 계열을 조합합니다. 콜라겐이 재배열되는 데 몇 주가 걸려서, 훈련 강도가 낮은 비시즌에 시작하시길 권해 드려요.
훈련용 차단제는 문지르지 않고 덧바를 수 있는 제형이 현실적입니다. 스틱형이나 파우더형은 땀을 닦은 자리에 바로 올릴 수 있어서, 가방에 넣어 두시면 다시 바르는 횟수가 확실히 늘어요. 색소 치료를 받으시는 동안에도 훈련은 계속되기 때문에, 이 부분이 정리되지 않으면 애써 옅어진 색소가 한 시즌 안에 다시 짙어집니다.
실내에서 훈련하시는 분들, 색이 아니라 온도입니다
"운동 끝나고 한 시간이 지나도 얼굴이 안 빠져요."
"실내로 옮겼는데 오히려 더 심해졌어요."
체육관 코트, 웨이트장, 실내 사이클. 햇빛은 거의 안 받는데 얼굴은 더 붉습니다. 이쪽 이야기는 결이 완전히 달라요.
- 가라앉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져요예전에는 십 분이면 돌아왔는데 이제는 한 시간이 지나도 그대로입니다.
- 코와 볼에 실핏줄이 보이기 시작했어요화장으로도 잘 가려지지 않습니다.
- 운동이 아닌 데서도 달아올라요사우나, 매운 음식, 겨울 난방에도 확 오릅니다.
- 붉어질 때 화끈거리고 따가워요색만 변하는 게 아니라 감각까지 같이 옵니다.
얼굴이 붉어지는 건 열을 버리는 과정이에요
운동하면 얼굴이 붉어지는 걸 두고 순환이 좋아서 그렇다고들 하시는데, 실제로는 몸이 열을 내보내는 중입니다. 근육이 만들어낸 열을 밖으로 빼려면 피를 피부 쪽으로 보내야 하고, 그러려면 혈관이 열려야 하거든요.
폭이 꽤 큽니다. 편한 온도에서 쉬고 계실 때 피부로 가는 혈류가 분당 약 250mL인데, 체온이 오르면 분당 6~8L까지 올라갑니다. 열 부하가 심하면 심장이 내보내는 피의 절반 이상이 피부로 향해요. 표면의 그물 같은 혈관이 한꺼번에 열리니까, 얼굴처럼 피부가 얇은 자리는 색으로 바로 드러납니다.

실내에서 더 오래 붉은 이유
몸이 열을 버리는 주된 방법은 땀을 증발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밀폐된 실내는 공기가 잘 움직이지 않고 습도가 금방 올라가요. 땀이 흐르기만 하고 마르지 않으면 증발로 빠져나갔어야 할 열이 그대로 남습니다. 남은 열을 처리하려면 혈관이 더 오래, 더 크게 열려 있어야 하고요.
실내 코트 종목이나 웨이트를 하시는 분들이 야외 러너보다 붉은기를 더 호소하시는 배경이 여기 있습니다. 자외선은 덜 받지만 열은 더 길게 걸려요.
반복되면 원래대로 안 돌아옵니다
열렸다 닫히기를 반복한 혈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탄력을 잃습니다. 고무줄을 오래 늘였다 놓으면 처음 길이로 안 돌아오는 것과 비슷해요. 어느 시점부터는 운동을 안 하셔도 어느 정도 열려 있는 게 기본 상태가 됩니다.
여기에 새 혈관이 자라 들어옵니다. 반복된 열 자극은 혈관을 만들라는 신호를 켜고, 늘어난 혈관 둘레로 염증세포가 모여요. 열을 감지하는 수용체까지 예민해지면서 예전엔 아무렇지 않던 온도에도 달아오르게 됩니다. 이 단계를 지나면 실핏줄이 눈에 보이기 시작해요.

주사피부염 환자 51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63%가 운동 때문에 증상이 심해진다고 답했습니다. 45%는 그것 때문에 운동 방식을 바꿨고, 19%는 운동을 아예 그만뒀어요. 저는 마지막 숫자가 제일 아깝습니다.
치료는 혈관을 직접 다룹니다
붉은색은 색소가 아니라 늘어난 혈관 속 헤모글로빈에서 나옵니다. 미백 성분이나 각질 관리로 잘 바뀌지 않는 이유가 그거예요.
그래서 이럴 때는 595nm 파장의 펄스 색소 레이저를 고려합니다. 이 파장은 헤모글로빈에 선택적으로 흡수되어 늘어난 혈관만 가열하고 주변 피부에는 영향을 덜 줍니다. 저희는 브이빔(Vbeam Perfecta)으로 시행하는데, 코처럼 혈관이 굵게 몰린 자리와 얼굴 전체를 나눠서 계획합니다. 한 번에 정리되는 치료는 아니고, 2~3주 간격으로 나눠 진행하면서 줄어드는 정도를 봅니다. 오래된 붉은기일수록 회차가 더 필요해요.
레이저 사이사이에는 진정과 재생 관리를 넣습니다. 땀과 잦은 세안, 마찰이 겹치면 피부장벽이 얇아지는데, 장벽이 얇으면 같은 자극에도 더 붉어지고 시술 후 회복도 느려지거든요. 시술 자체보다 그 사이 구간을 어떻게 채우느냐가 다음 회차의 반응을 좌우합니다.
훈련 일정도 미리 맞춰 드립니다. 시술 직후에는 피부가 열에 예민해서 당일과 다음 날은 강한 유산소와 사우나를 피하시도록 안내드려요. 운동을 멈추셔야 하는 건 아니고, 강도와 순서만 조정하면 대부분 병행이 됩니다.
두 피부 고민이 겹치는 분도 계세요.
야외에서 뛰시면서 홍조까지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실외 종목인데 원래 얼굴이 잘 달아오르던 체질이거나, 실내 훈련을 하시다 야외 대회를 병행하는 경우예요. 이때는 순서가 결과를 가릅니다.
붉은기가 남아 있는 상태에서 색소부터 건드리면 자극이 더해져 색소가 다시 올라옵니다. 그래서 혈관 쪽을 먼저 가라앉힌 다음 색소로 넘어가요. 자외선에 손상된 진피는 혈관을 붙잡아 주는 힘도 약해져 있어서, 차단이 안 되면 혈관 치료의 유지 기간까지 짧아집니다.
| 구분 | 밖에서 뛰시는 분 | 실내에서 훈련하시는 분 |
|---|---|---|
| 주된 호소 | 잡티, 검버섯, 굵은 주름, 내려앉은 톤 | 가라앉지 않는 붉은기, 실핏줄, 화끈거림 |
| 원인 | 누적된 자외선이 표피의 색소와 진피의 콜라겐에 남긴 손상 | 체온을 내리려 반복해서 열린 혈관이 원래대로 닫히지 않는 상태 |
| 먼저 볼 것 | 색소의 종류와 깊이, 훈련 시간대와 차단제 재도포 | 혈관이 이미 늘어났는지, 훈련장 환기와 운동 후 열 노출 |
| 고려하는 치료 | 병변 제거 시술, 레이저 토닝, 고주파·초음파 리프팅 | 595nm 색소 레이저, 진정·재생 관리 |
| 일정 | 리프팅은 비시즌에, 색소는 노출이 적은 계절에 | 2~3주 간격으로 회차를 나누고 시술 다음 날 강도 조절 |
"운동을 그만둘 수는 없는데, 얼굴이 계속 이래도 되나 싶어서요."
양쪽 모두에게서 듣는 말씀입니다. 붉은기 때문에 훈련 강도를 줄이거나 실내로 옮기신 분도 계시고, 몇 년을 그냥 지내다 실핏줄이 보이기 시작해서 오시는 분도 계세요. 운동을 줄이는 게 답은 아닙니다. 열이 오르고 땀이 나는 건 몸이 제 일을 하는 것이고, 저희가 손볼 수 있는 건 노출을 줄이는 쪽과 이미 남은 흔적을 정리하는 쪽이니까요.
먼저 알아두셔야 할 점
Please note
레이저로 늘어난 혈관을 줄여도 혈관이 다시 열리는 조건까지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훈련을 계속하시는 한 자외선과 열 자극은 반복되니까, 치료를 마치신 뒤에도 차단과 열 노출 조정을 이어가셔야 상태가 유지됩니다.
본문의 수치는 인용한 연구에서 보고된 값이고, 종목과 훈련 환경, 피부 유형에 따라 달라집니다. 붉은기가 지속되는 원인이 운동이 아니라 다른 피부 질환이나 복용 중인 약일 수도 있어서, 시술을 정하기 전에 진료로 원인부터 구분합니다. 시술 후 일시적인 자반이나 붓기, 색소 변화가 생길 수 있고 경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저는 상담에서 늘 같은 것부터 여쭙습니다. 지금 가장 신경 쓰이는 게 색인가요, 붉은기인가요.
여기서 순서가 갈리기 때문이에요. 색이 먼저면 병변의 종류와 깊이를 나눠 보고, 붉은기가 먼저면 혈관이 이미 늘어난 상태인지부터 확인합니다. 그다음에 훈련 시간대와 장소, 차단제를 다시 바르시는지, 운동 후에 사우나를 하시는지를 같이 짚어요. 시술로 얻은 걸 훈련하면서 그대로 잃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거든요.
오래 두셨다고 늦은 것도 아닙니다. 몇 년씩 혼자 신경 쓰다 오시는 분들을 뵈면, 조금만 일찍 오셨어도 덜 고생하셨을 텐데 하는 마음이 들어요. 지금 상태에서 어디부터 손대면 좋을지 편하게 물어봐 주세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문헌: 야외 스포츠 활동 참가자의 태양 자외선 노출, Sports Med Open 2020;6(1):42 · 운동선수의 피부암 위험과 자외선 차단 지식·행동, Cancers 2023;15(13):3281 · 태양 노출이 백인 피부의 임상적 노화 징후에 미치는 영향, Clin Cosmet Investig Dermatol 2013;6:221-232 · 성인 체온조절에서의 피부 혈류, Mayo Clin Proc 2011 · 주사피부염 환자 512명의 운동 습관 설문, National Rosacea Society 2024
인용한 연구는 대상 종목과 인종, 표본 크기가 서로 달라 모든 분에게 같은 값이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본문의 그림은 이해를 돕기 위해 단순화한 도해이며 실제 환자의 시술 전후 사진이 아닙니다.
※ 시술 적용 여부와 조합, 시술 간격은 피부 상태와 앞서 받으신 시술에 따라 달라집니다. 효과와 회복 속도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